전체 글6 발랄한 아침 방송의 이질감과 부러움 하루 종일 라디오를 켜고 생활하던 시절에는 방정맞은 아침 방송을 들으며 잠이 깨곤 했다. 내가 듣던 프로그램은 주로 밤늦게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던 (무드 있는) 대중 음악 방송이었지만, 그냥 틀어두고 잠이 들다보면 아침에는 디제이의 고함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여러분! 이제 일어나세요! 잠을 깨요!” 아예 소리를 지르기도 했던 것이다. 정말로. 이 정도가 됐을 때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지만 대체로는 디제이의 깨발랄한 애교(?)를 듣는 기분도 썩 나쁘진 않았다. 나랑은 정말 다른 사람들과 잠시 함께 생활을 하는 묘한 기분이랄까.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대체로 조용한 편이어서 활달한 사람들은 이런 방송에서나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질감을 느끼고 백안시할 때도 있었지만 부럽.. 2025. 11. 24. 새벽의 대곡 방송과 홍대의 아트록 레코드숍 스무 살부터 시작된 자유의 시절, 대체로 친구들과 술 마시고 토하고 우는 게 그 자유의 실체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혀만 차게 되는 그 시간들과 달리, 가끔 떠올리면 아련한 미소를 짓게 되는 시간이 있다. 그건 나 혼자만 즐기던 자유였다. 새벽까지 음악 방송을 듣는 거.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방송되던 [전영혁의 음악 세계]를 알게 됐다. 아무 멘트 없이 긴 록음악, 이른바 아트록 계열 ‘대곡’을 계속 틀어주던 방송이었다. 늘 12시, 아니 24시 무렵 다른 가족은 잠들어 컴컴한 집에 살금살금 들어왔던 나는, 현관 바로 옆의 내 방으로 슬쩍 들어가 라디오부터 켰다. 그러면 운 좋을 때는 특유의 띠-띠-띠-띠 따-따-따-뜻 따-따-따-따 하고 울려펴지는 로고송, 혹은 시그널 뮤직이 마침 들렸다. Art.. 2025. 5. 23. 영어 교육 방송의 스타들 영문과 출신들이 많은 대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나의 동기이자 친구가 된 그녀들은 영문과를 떠나 다른 대학원에 진학을 했으면서도 여전히 영문과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상황이지만, 그때마다 난 새삼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관심 있게 듣곤 했다. 그중 하나가 영어 교육 분야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녀들 주변에는 당연히 전공을 십분 살려서 그쪽으로 진출한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그중 제일 부러움을 사는 사람들이 영어 방송(아리랑티비)이나 영어 교육 방송(EBS라디오)에 출연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녀들은 여전히 그런 방송을 자주 듣고 보며 조금이라도 더 영어 공부를 하려 애쓰는 듯했다. 그녀들 사이에서는 그런 방송 출연자들이 스타였다. 집에 가면 아리랑티비를 틀어놓고, 학교를 .. 2024. 11. 14. 일대다의 관계 or 이야기보다 음악 사춘기 시절 라디오를 끼고 살면서도 엽서 한 번을 안 보냈다. 그때는 예쁜 엽서 전시회> 같은 걸 빈번히 열 정도로 라디오 청취자 엽서 문화가 활발하던 때였는데도 말이다. 그 당시의 나에게 편지 쓰는 취미도, 그림 그리는 취미도 꽤 있었지만, 친구들하고는 주고받아도, 그런 데 보내지는 않았다. 예전에도 지금도, 나는 덕후 기질이 약하고 덕질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 좋아하는 가수가 생겨도 그냥 음반을 사는 정도에 그쳤고 그 흔한 브로마이드(대형 사진) 한 장 구입하는 일이 없었다. 가수 개인사에도, 특별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지 않는 한, 큰 관심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런 무심함은 공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라디오를 매일 들으면서도 공개 방송 한 번을 안 갔다. 라디오와 음악은 .. 2024. 9. 27.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