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대신 라디오4 영어 교육 방송의 스타들 영문과 출신들이 많은 대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나의 동기이자 친구가 된 그녀들은 영문과를 떠나 다른 대학원에 진학을 했으면서도 여전히 영문과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상황이지만, 그때마다 난 새삼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관심 있게 듣곤 했다. 그중 하나가 영어 교육 분야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녀들 주변에는 당연히 전공을 십분 살려서 그쪽으로 진출한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그중 제일 부러움을 사는 사람들이 영어 방송(아리랑티비)이나 영어 교육 방송(EBS라디오)에 출연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녀들은 여전히 그런 방송을 자주 듣고 보며 조금이라도 더 영어 공부를 하려 애쓰는 듯했다. 그녀들 사이에서는 그런 방송 출연자들이 스타였다. 집에 가면 아리랑티비를 틀어놓고, 학교를 .. 2024. 11. 14. 일대다의 관계 or 이야기보다 음악 사춘기 시절 라디오를 끼고 살면서도 엽서 한 번을 안 보냈다. 그때는 예쁜 엽서 전시회> 같은 걸 빈번히 열 정도로 라디오 청취자 엽서 문화가 활발하던 때였는데도 말이다. 그 당시의 나에게 편지 쓰는 취미도, 그림 그리는 취미도 꽤 있었지만, 친구들하고는 주고받아도, 그런 데 보내지는 않았다. 예전에도 지금도, 나는 덕후 기질이 약하고 덕질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 좋아하는 가수가 생겨도 그냥 음반을 사는 정도에 그쳤고 그 흔한 브로마이드(대형 사진) 한 장 구입하는 일이 없었다. 가수 개인사에도, 특별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지 않는 한, 큰 관심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런 무심함은 공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라디오를 매일 들으면서도 공개 방송 한 번을 안 갔다. 라디오와 음악은 .. 2024. 9. 27. 캠프의 시작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가 예쁜 건물을 지어 이사를 갔다. 우리 집이 이사가는 것도 아니고 다니던 고등학교가 이사 가는 경험을 한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엄청 어수선한 일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예쁜 붉은 벽돌 새 건물과 뜻밖의 편의 시설들을 사용하게 된 건 참 좋았다. 그중에서도, 다른 학교에는 없는 자습실이 구비되었는데,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좀 애매하지만 하여간, 그냥 수업을 받던 원래 교실에서 자습을 이어가던 다른 학교들과 달리, 우리 학교에서는 수업이 끝나면, 기분전환(?)을 할 수 있었다. 칸막이 좌석이 끝도 없이 이어진 거대한 자습실로 이동해서 말이다. 수백 명이 한 공간에서 각자 공부를 하는 것이다. 배철수의 음악 캠프 첫 방송을 들었던 건 자습실로 이동하는 복도에서였다. 교실에서.. 2022. 8. 13. 처음 만난 별밤 조숙한 아이들이 교실 뒤에서 수군거리고 있었다. 연예인 이야기. 난 연예인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나보다 성숙하고 잘나가는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에는 관심이 있어서 귀를 쫑긋 세웠다. 근데 단순한 연예인 이야기가 아니었다. 뭔가 아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듯했다. 참다 못해 내가 뒤를 돌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무슨 얘기를 하고 있어? 응… 신나서 하던 대화가 중단된 아이들은 뜨악한 반응을 보이며 미적미적 알려주었다. 별밤. 나는 다시 물었다. 별밤이 뭐야? 조숙한 아이들은 비죽 웃으며 으스댔다. 그런 거 있어. 라디오... 더 이상은 캐묻기가 어려웠다. 물론 나도 라디오가 뭔지는 알고 있었다. 우리 집은 잘 안 들었지만 라디오 기계는 있었으니까. 그래서 다시 몸을 앞으로 돌리고 더 열심히 엿들었다... 2022. 8. 8. 이전 1 다음